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2015년 3월에 개봉한 영화 <소셜포비아>와, 그 안에서 용민을 연기한 배우 이주승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괜히 서늘했습니다.
제목에 붙은 '포비아'라는 단어 하나가 이미 이 영화의 온도를 다 말해주고 있더라고요.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아래에서 같이 확인해보세요!
전에 리뷰했던 <다우렌의 결혼>에서 어수룩한 조연출 승주를 연기했던 배우가 바로 이주승입니다.
그때의 짠하고 순한 얼굴을 기억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번 글의 용민은 정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목차>
1. 등장인물 소개
2. 명장면, 명대사 소개
3. 삽입 O.S.T 소개
4. 감상평
1. 등장인물 소개
- 배우 이주승(경찰 준비생 용민 역)
이주승은 노량진에서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용민 역으로 출연합니다. 용민은 감정이 앞서는 사람입니다. 화가 나면 곧바로 말이 튀어나오고, 의심이 생기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문제의 현피 방송을 구경 가자고 먼저 제안한 사람도 용민입니다. 그에게 그것은 그저 하룻밤의 구경거리였을 것 입니다. 그러나 그 가벼운 선택 하나가 용민의 삶 전체를 확 무너뜨립니다.
이후 용민은 레나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가설에 누구보다 깊이 매달립니다. 진실을 밝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큰 동기는 자신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용민의 집요함은 정의감보다 공포에 가깝게 보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이자 진짜 킥이라고 생각합니다. 용민은 관객이 응원할 수도 없고 완전히 손절할 수도 없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 애매한 자리를 끝까지 버텨내는 것이 이 캐릭터의 전부입니다.
이주승 배우는 이 불안을 정말 리얼하게 연기합니다. 눈동자가 자주 흔들리고, 말끝이 급해지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표정이 이어집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용민이 억울함을 호소할수록 오히려 더 수상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빨라질수록 설득력이 떨어지는 그 역설을 이주승은 소름돋게 정확히 만들어냅니다. 보통의 배우라면 관객의 동정을 얻기 위해 억울함을 더 선명하게 표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주승은 정반대로 갑니다. 그는 용민을 점점 더 보기 불편한 사람으로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후반부에 용민이 완전히 고립되었을 때, 관객은 그를 동정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에게 놀라게 됩니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스르륵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느끼도록 참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실 겁니다.
이주승은 1989년생으로 서일대학교 연극과를 나왔습니다. 그는 2008년 독립영화 "청계천의 개"로 데뷔한 이후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꾸준히 자기 색을 쌓아온 배우입니다. 앳된 외모 때문에 오랫동안 학생 역할을 많이 맡아왔지만, 그 얼굴 뒤에 서늘한 것을 심어 넣는 연기로 주목받았습니다. 2014년 "방황하는 칼날"에서 보여준 얼굴이 대표적입니다. 순한 인상으로 그토록 잔인한 인물을 연기했다는 사실 자체가 진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소셜포비아의 용민이 나옵니다. 두 배역은 정반대의 위치에 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 가장 무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직접 연출하고 주연한 단편 "돛대"로 서울독립영화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배우의 얼굴을 볼 때마다 조금 무서워집니다. 특별히 악해 보이지도, 특별히 선해 보이지도 않는 얼굴이라서 그렇습니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이 그런 얼굴을 하고 살아가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 배우 변요한(경찰 준비생 지웅 역)
변요한은 용민의 친구이자 같은 처지의 수험생 지웅 역으로 출연합니다. 지웅은 용민과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그는 앞에 나서지 않고, 판단을 미루고, 상황이 나빠지면 조용히 한 발 물러섭니다. 이 영화의 시선은 지웅을 따라가지만,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은 전부 용민에게서 나옵니다. 지웅이 멈춰 설 때 용민은 더 들어가고, 지웅이 침묵할 때 용민은 말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케미가 대비될수록 용민이라는 인물이 더 또렷하게 보입니다.
솔직히 저는 지웅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일 것 같습니다. 앞에 나서지 못하고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그 태도가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 배우 류준열(인터넷 방송인 양게 역)
류준열은 현피 원정대를 이끄는 인기 방송인 양게 역으로 출연합니다. 그는 분노를 조직하고 그 분노를 실시간으로 중계합니다. 양게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화면 너머의 반응입니다. 용민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회수라는 게 사람을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는지, 이 인물을 보면서 새삼 실감했습니다.
- 배우 하윤경(레나, 민하영 역)
하윤경은 악플로 온라인의 표적이 된 레나 역으로 출연합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가장 적게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의 용민은 이 인물과 소름돋게 정확히 같은 자리에 서게 됩니다.
2. 명장면, 명대사 소개
- 구경 가자고 말하던 밤
용민은 지웅에게 현피 방송을 보러 가자고 제안합니다. 별일 아니라는 표정입니다. 그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 함께 가자는 정도의 가벼움입니다.
이 짧은 장면이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섭습니다. 비극의 시작점에 악의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용민은 누구를 해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심심했고, 화가 나 있었고, 다 같이 가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주승은 이 순간의 용민을 정말 흔한 이십 대의 얼굴로 연기합니다. 그래서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이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와, 나였어도 저 밤에 그냥 따라나섰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장면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고 봅니다.
- 검은 화면 위의 흰 글씨
영화 후반부, 원정대는 채팅으로 모여 서로를 추궁합니다. 화면에는 인물도 배경도 없이 검은 바탕과 흰 글씨만 흐릅니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용민이 범인으로 지목됩니다.
얼굴이 사라진 이 장면이 오히려 가장 잔인합니다. 누가 말했는지 알 수 없는 문장들이 쌓이면서 한 사람이 무너집니다. 용민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합니다. 해명할수록 의심은 더 커집니다. 조금 전까지 함께 레나를 겨눴던 손가락이 이제 용민을 향합니다. 화살의 방향만 바뀌었을 뿐 방식은 똑같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용민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목소리도 없습니다. 배우가 화면에서 지워진 채로 배역이 파괴되는 장면이라는 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알고도 침묵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 침묵도 결국 저 흰 글씨들 사이에 한 줄로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되돌아보게 됩니다.
- 줄을 끊는 사람들
원정대는 이번에는 용민을 향해 현피에 나섭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용민은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연기라고 비웃습니다. 죽은 사람을 흉내 낸다는 조롱까지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숨이 확 막혔습니다.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도 그것을 진짜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공포의 실체라고 생각합니다. 이주승 배우는 여기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터뜨립니다. 그런데 그 폭발이 1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초라하고 더 우습게 보여집니다. 진심으로 죽으려 했던 사람이 진심을 의심받는 순간, 그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얼굴이 무엇인지 이 배우는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심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리에 서 본 적이 있다면, 이 장면은 그냥 넘어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말그대로 소셜을 통해서 이런 포비아가 어떻게 만들어지나 생생히 알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3. 삽입 O.S.T 소개
이 영화의 음악은 감정을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차단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사건이 고조되는 순간에도 음악은 위로 솟구치지 않고 낮게 깔린 채 신경만 긁습니다. 특히 검은 화면에 글자만 흐르는 장면에서 이 음악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보여줄 것이 없는 화면을 소리 하나로 끝까지 긴장 상태로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용민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음악은 그를 편들지 않습니다. 인물에게 감정을 빌려주지 않는 이 냉정함이 영화의 태도와 소름돋게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김해원이 맡았으며, 대표적인 곡으로 "Socialphobia: The Judge"가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심판이라는 단어를 달고 있는 곡입니다.
위로해 주지 않는 음악이 이렇게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걸 저는 이 영화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끝까지 편들어주지 않는 쪽이 더 정직한 것 같습니다.
4. 감상평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1도 개운해지지 않습니다. 범인이 밝혀지는 통쾌함도 없고,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는 장면도 없습니다. 사건은 새로운 이슈에 밀려 조용히 묻히고, 누군가는 노량진을 떠나고 누군가는 시험에 합격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여전히 자기만의 진실을 믿는 사람들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결말이 무책임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현실이 실제로 이렇게 굴러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용민이라는 인물을 통해 아주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사람일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용민은 레나를 몰아세운 사람 중 하나였고, 동시에 똑같은 방식으로 몰려 죽음 직전까지 간 사람입니다. 이 두 얼굴을 한 배우가 한 편 안에서 모두 보여줘야 합니다. 이주승이 진짜 대단한 지점은 그 전환에 경계선을 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느 장면부터 피해자였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같은 사람이 계속 거기에 있었을 뿐입니다.
이 작품은 스릴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영화를 볼 때 그린북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그린북이 편견에 맞서는 품위를 보여주는 영화라면, 소셜포비아는 편견이 집단이 되었을 때 품위가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지를 보여줍니다. 타인의 시선이 한 사람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원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원더가 시선을 견뎌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이 영화는 그 시선이 흉기가 되는 지점까지 나아갑니다. 같은 주제를 정반대의 온도로 다룬 작품들이라 함께 보시면 느끼는 바가 훨씬 클 것입니다.
2015년에 나온 영화인데 지금 보면 오히려 더 소름돋게 정확해 보입니다. 그때는 다소 앞서간 이야기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뉴스에서 매달 보게 되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익명 뒤에 있으면 책임도 함께 사라진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은 책임감일 뿐, 책임 자체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용민의 마지막 얼굴이 그 사실을 말없이 증명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부터 댓글창에 무언가를 쓰기 전에 잠깐 멈추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화면 너머에도 밥 먹고 잠자고 상처받는 사람이 한 명 앉아 있다는 사실, 그 당연한 걸 잊지 않는 일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아직 이 영화를 만나지 않으셨다면, 오늘 밤 그 잠깐의 멈춤을 배우러 한 번 다녀오시길 조심스럽게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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