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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마켓, 사람다움은 통조림으로 살 수 없다

by 라이언빌 2026. 8. 20.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2025년 12월에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마켓>, 그중에서도 김국희 배우가 연기한 황궁마켓 주민 미선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폐허가 된 세상, 생존을 위한 거래가 시작된다"

 

뭔가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예상되는 문구더라고요.

김국희 배우는 전에 리뷰했던 <나를 죽여줘>에서 하영이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자리에서 버티는 사람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무너진 세상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남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래에서 같이 확인해보세요!

콘크리트 마켓 (2025. 12) 포스터
콘크리트 마켓 (2025. 12) 포스터

 

<목차>

1. 등장인물 소개

2. 명장면, 명대사 소개

3. 황궁마켓이라는 공간 이야기

4. 감상평

1. 등장인물 소개

- 배우 김국희(황궁마켓 주민 미선 역)

김국희는 황궁마켓에 사는 주민 미선 역으로 출연합니다. 미선은 이 마켓의 권력자도 아니고 반란자도 아닙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이곳의 질서에 적응한 사람입니다. 통조림을 화폐로 쓰는 규칙을 받아들이고, 정해진 자리에서 거래를 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자리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이자 그 뼈대라고 생각합니다. 미선은 황궁마켓에서 인간성을 대변하는 인물이며 우리들 대부분이 미선과 같은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너진 세상을 다루는 이야기에는 대개 두 종류의 사람이 나옵니다. 권력을 쥐려는 사람과 그 권력에 짓밟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실제 재난 상황에서 대다수는 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늘 먹을 것을 구하고, 아는 얼굴에게 인사를 하고, 남의 일에 끼어들까 말까를 망설이며 하루를 넘깁니다. 미선이라는 캐릭터는 정확하게 그 모습을 연기합니다. 그래서 이 인물이 흔들릴 때 관객은 자기 자신이 흔들리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김국희 배우는 미선을 단순히 착한 사람으로 연기하지 않습니다. 그녀도 계산을 합니다. 손해 보는 거래는 하지 않고, 위험한 일에는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손해를 확 감수합니다. 그 전환에 대단한 결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 배역의 흥미로운 점입니다. 미선은 정의를 위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이 저러고 있는 걸 못 보겠어서 움직입니다. 김국희는 그 차이를 표정 하나로 구분해 냅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사이다 같은 이런 종류의 선함이 훨씬 믿음이 간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이 김국희 배우의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넓습니다. 베르나르다 알바에서는 참는 딸을, 초록밤에서는 지친 연인을, 나를 죽여줘에서는 지친 고모를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가족계획"에서는 악랄한 빌런을, "검은 수녀들"에서는 수녀 출신 무속인을 맡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탄탄하다보니 이 김국희 배우가 뭘 연기하든 찾아보게 되는 그런 효과가 생겨나는것 같습니다. 말그대로 믿고 보는 배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배우 이재인(최희로 역)

이재인은 어느 날 갑자기 황궁마켓에 들어와 질서를 뒤흔드는 최희로 역으로 출연합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 이 인물의 무기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사실은 제일 무섭다는 걸 이 인물이 다시 알려줍니다.

 

- 배우 홍경(김태진 역)

홍경은 마켓 최고 권력자의 왼팔로 일하는 김태진 역으로 출연합니다. 명령을 수행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자기 몫을 계산하기 시작하는 인물입니다.

 

시키는 일만 하다가 문득 내 몫을 세게 되는 순간, 회사 다녀보신 분들은 이 인물이 남 같지 않으실 것 입니다.

 

- 배우 정만식(박상용 역)

정만식은 황궁마켓 권력의 중심에 있는 박상용 역으로 출연합니다. 대지진 전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는 설정이 진짜 흥미롭습니다. 물건을 파는 기술이 그대로 사람을 지배하는 기술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말을 잘하는 사람이 위기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데, 그것을 나쁘게 사용하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배우 유수빈(박철민 역)

유수빈은 태진의 라이벌이자 상용의 오른팔인 박철민 역으로 출연합니다. 그의 수하들은 모두 농인이며 수화로 소통합니다.

 

소리 없이 오가는 명령이 오히려 더 서늘하게 보여집니다. 저는 이 설정이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 명장면, 명대사 소개

- 통조림 하나의 가격

 이 세계에서 돈은 통조림입니다. 햄 한 통이 오늘의 화폐가 되고, 그것으로 약을 사고 연료를 삽니다. 미선도 이 규칙 안에서 물건을 사고팝니다.

 

 저는 이 설정 자체가 이 작품의 가장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화폐란 결국 모두가 그렇게 믿기로 한 약속입니다. 세상이 무너져도 사람들은 곧바로 새로운 약속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이 생기는 순간, 그 약속을 가장 많이 쥔 사람이 다시 왕이 됩니다.

 

통조림이라는 어찌보면 하찮은 것이 다시 화폐가 되고, 그것이 권력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면서 '정말 저럴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한편으로는 '얼마나 절박하면 그럴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 802호의 문 안쪽

미선은 이 아파트 8층에 삽니다. 그런데 이 층은 마켓에서 사람이 물건처럼 취급되는 구역이기도 합니다. 미선은 그 복도를 매일 지나 자기 집으로 들어갑니다.

 

이 대비가 참 역설적입니다. 인간성을 대변하는 인물이 가장 비인간적인 층에 산다는 배치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미선은 그 광경을 막을 힘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못 본 척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매일 지나가며 조금씩 마모됩니다. 김국희 배우는 이 복도를 걸을 때 표정을 거의 바꾸지 않습니다. 그 무표정이 무관심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적응 과정이라는 것을 관객은 알아차리게 됩니다.

손해를 피하기위해 애써 보지 않을려 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부끄러움이 함께 교차했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 못 본 척할 수 없었던 순간

 이야기가 격해지면서 미선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전하고, 나서면 위험해집니다. 미선은 결국 나섭니다.

 

 이 장면에서 김국희는 영웅적인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어이없어하는 얼굴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선택이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장면이라고 느꼈습니다. 무너진 세상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남는 방법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이런 어정쩡한 오지랖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중에 후회할 걸 알면서 몸이 먼저 움직인 적이 있습니다. 그 어정쩡함이 사실은 제일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황궁마켓이라는 공간 이야기

 이 황궁마켓은 새로 만들어진 곳이 아닙니다. 사람이 살던 집이 그대로 가게가 되고 복도가 골목이 됩니다.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래가 오가고, 무너진 콘크리트 안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와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하루 종일 울립니다. 저는 이 설정이 진짜 영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새 건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생활공간을 그대로 시장으로 바꿔놨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은 수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몇 층에 사느냐가 곧 그 사람이 이 마켓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말해 줍니다. 미선이 사는 8층은 사람이 물건처럼 다뤄지는 구역이기도 합니다. 아래위로 층이 갈리는 순간 그것은 주거가 아니라 계급이 됩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기어이 위아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어쩔수 없는 질서라고 생각되기도 하면서 만약 하위 계급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참 잔인한 세상이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이름도 곱씹어 볼 만합니다. 마켓은 원래 사람들이 모여 물건을 나누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물건 목록에 사람이 함께 올라갑니다. 황궁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우연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궁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왕과 신하와 바깥사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층수 하나로 사람의 값이 갈린다는 게 사실 지금도 그렇게 낯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마켓이 무너진 세상의 이야기라기보다, 지금 우리 동네를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려놓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을 간접적으로 느껴보라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4. 감상평

 이 작품은 2023년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가 무대이고, 그 안에 황궁마켓이라는 시장이 들어섰습니다. 설정만 놓고 보면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다만 극장판을 보시기 전에 알아두시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저는 보는 동안 몇몇 인물의 선택이 갑작스럽게 느껴졌고, 사연이 충분히 펼쳐지지 못한 채 지나가는 대목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7부작 드라마로 기획되고 촬영되었는데, 그것을 두 시간 분량으로 압축해 먼저 개봉했기 때문입니다. 2026년 8월 현재 공개되어 있는 7부작 완전판에서는 그 빈자리가 상당 부분 채워집니다. 이 작품이 궁금하시다면 시리즈판 쪽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생존이라는 극한 상황을 다룬다는 점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를 떠올리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다릅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가 살아남은 사람이 자기 경험을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를 묻는다면, 콘크리트 마켓은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규칙을 새로 만드는가를 봅니다. 전자가 개인의 내면으로 들어간다면 후자는 집단의 구조를 해부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제가 이 작품을 끝까지 붙잡고 본 이유는 미선 같은 인물 때문입니다. 권력 다툼은 어느 재난물에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에서 여전히 밥을 나누고, 아픈 사람을 걱정하고, 남의 일에 괜히 끼어드는 사람이 있어야 이야기가 이야기가 됩니다. 김국희 배우는 큰 비중이 아닌 자리도 늘 그 역할을 정확히 해냅니다. 또 이런 역할이 있기에 다른 역할이 부각되어 보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세상이 무너지면 사람도 함께 무너질 것이라고 흔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새 질서를 세우고, 그 안에서 다시 서열을 만듭니다. 무너지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예의입니다. 그리고 그 예의를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곳은 아직 사회로 남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대단한 사람이 되기보다 그 한 명 쪽에 서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통조림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지키는 일은 결국 오늘의 작은 오지랖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미선이 그 마지막 한 명이고,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 한 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