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2022년 10월에 개봉한 영화 <나를 죽여줘> 속 민석의 동생 하영을 연기한 배우 김국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제목 앞에서 잠깐 멈칫했습니다.
이렇게 세게 박힌 제목인데 화면은 이상할 만큼 조용해서, 오히려 그 온도 차가 더 서늘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왜 돌봄이 되지 않는지, 아래에서 같이 확인해보세요!
이전에 리뷰했던 <초록밤>에서 나아지지 않는 삶을 묵묵히 견디던 은혜를 기억하신다면, 이번 하영은 그 견딤이 아예 하루 두 번의 노동이 되어버린 인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마르띠리오까지 세 편을 이어 보면, 이 배우가 어떤 자리에 계속 서 있는지가 스르륵 보입니다.

<목차>
1. 등장인물 소개
2. 명장면, 명대사 소개
3. 삽입 O.S.T 소개
4. 감상평
1. 등장인물 소개
- 배우 김국희(민석의 동생 하영 역)
김국희는 민석의 여동생 하영 역으로 출연합니다. 하영은 버스를 몹니다. 그리고 운전대를 놓으면 오빠의 집으로 갑니다. 조카를 씻기고, 밥을 차리고, 오빠가 놓친 일들을 대신합니다. 그 생활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영에게는 자기 시간이 1도 없습니다. 연애도, 휴식도, 계획도 전부 뒤로 밀려 있습니다.
저는 이 인물이 이 영화에서 가장 조명받지 못하는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민석의 헌신은 누구나 알아봅니다. 아들 현재의 고통도 화면에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하영이 짊어진 몫은 어디에도 이름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부모도 아니고 당사자도 아닙니다.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불려 나오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현실의 돌봄 현장에는 반드시 한 명씩 있습니다.
하영이라는 캐릭터가 특별한 이유는 그녀가 성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그녀를 희생적인 고모로 1도 미화하지 않습니다. 하영에게는 욕구가 있고, 짜증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쌓여 있습니다. 김국희 배우는 이 부분을 숨기지 않고 연기합니다. 가족을 돕는 사람도 자기 삶을 원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나쁜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그녀의 표정이 계속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웃으면서 말할 때가 진짜 무섭습니다. 농담처럼 던지는 말 안에 진심이 절반쯤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이 캐릭터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연극 원작입니다. 실제로 김국희 배우는 이 영화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한 달가량 연습실을 빌려 연극처럼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연극같으면서도 연극아닌 연기가 잘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참는 딸을 연기했고, 초록밤에서 지친 연인을 연기했던 배우가, 여기에서는 지친 고모로 앉아 있습니다. 세 인물 모두 자기 몫보다 많은 것을 감당하는 사람들입니다.
세 편을 나란히 놓고 보니 저는 좀 먹먹해졌습니다. 이 배우가 유독 잘 아는 얼굴이 있다면, 그건 아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버티는 사람의 얼굴일 것 입니다.
- 배우 장현성(아버지 민석 역)
장현성은 작가의 삶을 포기한 채 아들을 돌봐온 아버지 민석 역으로 출연합니다. 그는 2019년에 이 작품의 원작 연극 무대에도 올랐던 배우입니다. 그런 그가 스크린에서 같은 인물을 다시 연기합니다.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이 정작 자기 몸이 무너질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이 영화의 가장 무거운 질문이 그를 통해 관객들에게 던져지게 됩니다.
같은 인물을 무대에서 먼저 살아본 배우가 다시 그 자리에 앉는다는 것, 저는 그 사실만으로도 화면이 조금 다르게 보였고 좀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배우 안승균(아들 현재 역)
안승균은 선천적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 현재 역으로 출연합니다. 현재는 소년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그는 돌봄을 받으면서 동시에 독립을 원합니다. 이 모순이 부자간 갈등의 출발점이 됩니다.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과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 어쩌면 당연한 2가지 가치 인데 장애라는 벽 앞에서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 배우 양희준(활동지원사 기철 역)
양희준은 현재를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기철 역으로 출연합니다. 그 역시 장애가 있는 인물입니다. 돕는 사람과 도움받는 사람의 경계가 생각보다 선명하지 않다는 점을 이 인물이 보여줍니다.
돕는 사람과 도움받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믿었던 제 생각이 이 인물 앞에서 확 흔들렸습니다.
- 배우 이일화(수원 역)
이일화는 민석의 곁을 지키는 수원 역으로 출연합니다. 가족의 바깥에 있으면서도 가족의 일에 깊이 들어와 있는 인물입니다.
가족이 아닌 사람이 곁을 지켜줄 때의 고마움을 아는 분이라면, 이 인물이 유독 눈에 밟히실 것 같습니다.
2. 명장면, 명대사 소개
- 운전석에서 내려 다시 일하러 가는 사람
하영의 하루는 두 번의 근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회사에서 버스를 몰고, 퇴근하면 오빠의 집에서 다시 일합니다. 영화는 이 반복을 특별한 사건처럼 다루지 않습니다. 그냥 그것이 그녀의 일상입니다.
저는 이 담담한 처리가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돌봄은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이틀이면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해줍니다. 그런데 5년, 10년이 되면 오히려 아무도 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너무 당연한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영은 지금 그 지점에 서 있습니다. 김국희 배우는 이 장면들에서 힘들다는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힘든 티를 낼 여유조차 없는 사람의 얼굴을 만듭니다.
직접 특수보육을 해본적은 없지만, 너무나 사실적인 연기라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힘든사람은 힘든 티를 낼 여유조차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나도 내 인생이 있다는 말
하영은 결국 자기 이야기를 꺼냅니다. 나에게도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은 대단한 선언이 아니라 지친 사람의 푸념에 가깝게 나옵니다.
이 순간이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용감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돌보는 사람이 자기 욕구를 말하는 장면을 한국 영화가 이렇게 정면으로 다루는 경우는 드뭅니다. 보통은 이런 대사를 이기적인 인물에게 줍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가장 성실하게 돌봐온 사람에게 이 대사를 줍니다. 그래서 관객은 하영을 1도 비난할 수가 없습니다. 김국희는 이 대사를 억울함이 아니라 부끄러움에 가까운 톤으로 처리합니다. 그 선택이 더 극명하게 인물의 특징을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도 있다는 말을 하면서 왜 미안해져야 하는지, 저는 이 장면에서 한참 생각했습니다. 그 말을 못 하고 삼켜본 적 있는 분들은 아마 목이 좀 메실 것 같습니다.
- 오빠의 부탁 앞에서
병이 진행되면서 민석은 가족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냅니다. 하영은 그 자리에 함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오빠를 가장 오래 곁에서 봐온 사람으로서 그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합니다.
이 장면에서 하영의 반응이 이 영화의 태도를 결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습니다. 다만 오빠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을 뿐입니다. 돌봄을 오래 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하루가 실제로 어떤지 아는 것입니다. 김국희 배우는 여기에서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이 어떤 주장보다 무겁게 들려집니다.
정답을 내리지 않고 그냥 곁에 앉아 있는 일, 그것도 사랑의 한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숨죽이며 보았던 것 같습니다.
3. 삽입 O.S.T 소개
이 작품은 음악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장면은 집 안의 생활 소음과 인물들의 대화만으로 채워집니다. 연극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소리의 중심이 언제나 사람의 말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이 선택에서 이 영화가 관객을 대하는 태도를 느꼈습니다. 눈물을 유도하는 현악기 대신 담백한 목소리를 골랐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재의 영화는 조금만 방심해도 음악으로 감정을 확 몰아붙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관객은 울고 나서 잊어버립니다. 이 작품은 그 길을 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극장을 나온 뒤에 생각이 더 오래갑니다. 그 담백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인디언수니로, 그가 부른 노래가 삽입되어 인상을 남깁니다.
울려주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남는 영화가 있다는 걸 저는 이 작품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감정을 대신 정리해주지 않는 쪽이 더 예의 있는 태도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4. 감상평
이 영화는 캐나다 극작가 브래드 프레이저의 연극 "킬 미 나우"를 원작으로 합니다. 그래서 장면 대부분이 집 안에서 벌어지고, 인물들은 계속 말합니다. 화려한 전개는 1도 없습니다. 대신 장애인의 성, 자립, 돌봄, 그리고 존엄한 죽음까지 무거운 화두를 한 지붕 아래에서 차례로 꺼내 놓습니다. 제목이 강렬해서 오해하기 쉽지만, 이 작품은 죽음을 부추기는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부탁을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영화에 가깝습니다.
장애를 다룬다는 점에서 원더가 떠오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작품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합니다. 원더가 세상의 시선을 견뎌내는 아이의 성장을 그린다면, 이 작품은 그 아이 곁을 지키느라 자기 삶을 접어둔 어른들을 봅니다. 가족의 형태와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는 가족의 색깔과도 이어집니다. 세 편을 함께 보시면 같은 주제가 얼마나 다른 각도로 보일 수 있는지 한번 느껴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하영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분명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그런데 그 둘이 서로를 향해 갈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누군가가 뒤에서 밥을 짓고 빨래를 돌렸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의 이름을 우리는 잘 부르지 않습니다. 김국희 배우는 그 이름 없는 자리를 정말 현실적으로 정확히 채웁니다. 화면 중앙에 서지 않으면서도 이 가족이 지금까지 버텨온 이유를 설명해 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돌봄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돌봄에는 시간과 돈과 체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누군가의 인생에서 그대로 빠져나갑니다. 소위말해 본인 스스로를 그 사람에게 갈아넣어야 합니다. 이 영화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마음이 무겁지만, 그 무거움이 정직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본 뒤로, 어느 집에나 한 명쯤 있는 그 '하영'에게 안부를 묻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주 생각합니다. 고맙다는 말은 돌보는 사람에게도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말이니까요. 지금 누군가를 돌보고 계신 분이라면, 이 영화가 당신의 이름을 한 번 불러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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