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너와 나의 5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포스터 속 두 소년이 이어폰을 나눠 낀 채 살짝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구도를 보자마자, 아 이 영화 뭔가 마음을 콕 찌르겠구나 싶더라고요.
전에 리뷰했던 <이어지는 땅>에 이어 이번에도 공민정 배우님이 등장하는데, 이번엔 또 어떤 결의 인물인지 끝까지 확인해보세요!

<목차>
1. 영화 소개와 등장인물
2. 2001년, 이 영화가 서 있는 자리
3. 공민정이 연기한 경환 엄마라는 인물
4. 명장면, 명대사 소개
5. 감상평
1. 영화 소개와 등장인물
2025년 11월 5일 개봉한 엄하늘 감독의 작품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에도 초청되었던 작품으로, 2001년 경북 영천에서 대구 수성구로 전학 온 소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낯선 동네와 낯선 학교, 모든 것이 처음인 경환은 일본 만화와 음악에 빠진 이른바 오타쿠로 놀림을 받으며 겉돕니다. 그런 경환에게 짝꿍이자 반장인 재민이 다가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음악 취향을 발견하고, 쉬는 시간과 하굣길 버스 뒷자리에서 이어폰을 나눠 낀 채 둘만의 시간을 쌓아갑니다. 그러나 재민을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걸 깨달은 경환이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 배우 심현서(경환 역)
시골에서 왕따를 당했던 경험이 있는 소년으로, 엄마와 함께 대구로 이사 옵니다. 일본 문화에 빠져 지내며 학교에서는 여전히 겉도는 존재지만, 재민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받는 감각을 경험합니다.
- 배우 현우석(재민 역)
경환의 짝이자 반장으로,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유일한 친구가 되어줍니다. 자신의 속내를 먼저 털어놓으며 경환과 가까워지지만, 경환의 고백 이후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 배우 이동휘(담임 선생님 역)
경환과 재민의 담임을 맡은 인물입니다.
- 배우 공민정(경환 엄마 역)
아들 경환과 함께 낯선 도시 대구로 이사 온 어머니입니다. 사투리를 쓰는 젊은 어머니라는 설정을 지닌 인물로, 이 글에서는 이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저는 이 짧은 소개만 보고도 벌써 이 어머니가 어떤 얼굴로 아들 곁에 서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2. 2001년, 이 영화가 서 있는 자리
이 영화가 배경으로 삼은 2001년은 언뜻 보면 개방적인 시기처럼 보입니다. 하리수가 공중파 방송에 등장했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도 단계적으로 진행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홍석천은 방송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했고, 독도 교과서 표기나 신사 참배 같은 한일 간 정치적 갈등으로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은연중에 배척받던 시기였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한국에서 보수적인 도시로 흔히 꼽히는 대구를 배경으로 골랐습니다. 성소수자이거나 일본 문화 마니아라는, 당시 기준으로 비주류였던 두 정체성을 함께 지닌 소년의 이야기를 그 도시 위에 놓은 것입니다. 겉으로는 열려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폐쇄적이었던 시대의 온도가, 경환이라는 인물이 겪는 아픔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경환이 겪는 그 아픔을 가장 정확하면서도 잔인하게 표현하자면 이중의 소외가 아니었나 싶네요. 감독은 개봉 당시인 2024년 인터뷰에서도 현재도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영화 마지막에 경환이 마주하는 진실처럼 지금의 시간 역시 절망뿐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을, 담담하게 남겼습니다.
3. 공민정이 연기한 경환 엄마라는 인물
경환 엄마는 아들과 단둘이 낯선 도시로 이사 온 인물입니다. 저는 이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부터 흔한 '엄마 역할'로 소비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투리를 구사해야 하고 젊은 어머니를 연기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배역인데, 공민정은 이 설정이 마음에 들어 직접 출연을 자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감독과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시나리오를 받아 본 뒤 사투리 연기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이 인물이 흔한 어머니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 끌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출연료 없이 함께하겠다고 자청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배경을 알고 나면 경환 엄마라는 인물을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집니다. 극 중 여러 어머니 캐릭터들이 자녀의 비밀 앞에서 전형적인 반응, 즉 놀라거나 부정하거나 침묵하는 방식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가 그 틀을 벗어나고자 했다는 감독의 언급과 배우 본인의 선택이 맞물립니다. 젊은 어머니라는 설정 자체가 이미 경환과 그리 멀지 않은 세대적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는 뜻이고, 그 감각이 아들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공민정은 사투리라는 구체적인 언어의 결을 통해 이 인물을 대구라는 낯선 땅에 뿌리내리게 만드는 동시에, 아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으로서의 온도를 함께 담아냅니다. 어찌보면 좀 꺼려할 수 있는 역할인데, 대가를 받지 않고 이런 역할을 자청했었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4. 명장면, 명대사 소개
- 영천에서 대구로, 낯선 곳에서의 시작
경환과 엄마는 영천에서 대구로 이사를 옵니다. 아들이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자리에, 이 어머니가 서 있습니다.
낯선 도시로 자녀를 데리고 이사 온 부모에게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무게가 있습니다.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자신 역시 낯선 곳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명시적으로 이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사라는 사건 하나로 이미 그 무게를 짐작하게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연고가 전혀 없는 낯선 곳으로 옮겨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 장면에서 그 감정을 공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비밀을 고백한 아들과 마주하는 순간
경환은 재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뒤, 학교 안에서 소문과 냉대에 시달립니다. 이 사실이 어머니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전해지고, 어머니는 그 앞에서 자신의 반응을 선택해야 하는 자리에 놓입니다.
이런 장면에서 어머니 캐릭터는 보통 두 갈래 중 하나로 소비되기 쉽습니다. 아들을 부정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감싸 안거나입니다. 이 영화가, 그리고 이 배역을 자청했던 배우가 지향했다는 '흔한 어머니가 아닌' 방향이 정확히 어떤 결로 표현되었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셔야 할 부분인 것 입니다.
- 5분이라는 시간의 의미
제목이기도 한 '5분'은 경환과 재민이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함께 듣던 그 짧은 시간을 가리킵니다. 감독은 실제로 노래 가사를 자막으로 삽입해 그 시절 VHS 영화 같은 감성을 살리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짧은 시간이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지탱하는 기억이 되기도 합니다. 경환에게 그 5분은 자신을 온전히 이해받았던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고, 그 순간을 지키기 위해 나머지 시간들을 버텨내야 했던 소년의 이야기가 이 제목 안에 담겨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5분이 하나쯤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환이라는 캐릭터에게는 그 5분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한번 공감해보는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5. 감상평
이 영화는 2001년이라는 구체적인 시간과 대구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빌려, 비주류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이중의 무게를 지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과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는 취향,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두 가지가 같은 시대의 같은 배척 속에서 겹쳐진다는 설정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경환 엄마라는 인물의 존재가 특히 눈에 밟혔습니다. 아들의 이야기가 중심인 영화에서 어머니라는 자리는 자칫 배경으로 밀려나기 쉬운데, 이 배역을 연기한 공민정 배우가 사투리와 젊은 어머니라는 설정, 그리고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이라는 이유로 직접 참여를 자청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 인물에게 다른 무게가 실립니다. 대가 없이 이 이야기에 힘을 보태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던 영화라는 인상도 함께 남아 더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026년 8월 현재 "가난하게 컸어?"라는 재미있는 대사 챌린지를 일으킬만큼 그 연기력으로 이슈가 되었던 공민정 배우, 다른 각도의 깊은 연기력을 감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씨네21 전문가는 이 영화를 두고 오늘을 맞아 껴안아보는 어제의 우리라고 평했습니다. 2001년의 경환이 겪었던 소외가 2025년 지금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담담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합니다. 낯선 곳에서 자신을 이해해 줄 단 한 사람을 기다려 본 적 있는 분이라면, 그리고 그런 자녀를 곁에서 지켜본 부모의 마음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 영화 한 번쯤 마음에 담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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