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2026년 여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3천 년 묵은 서사시를 아이맥스 필름으로 찍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찌보면 참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가 기억에 남는데, 승리한 영웅의 얼굴이라기보다는 이미 한참 지쳐버린 사람의 얼굴로 보여집니다. 저는 그 표정 하나만 보고도 이 영화가 신나는 모험담은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아래에서 같이 확인해보세요!
그리스 신화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망설였던 영화였습니다. 등장인물 이름도 낯설고, 3시간짜리 서사시를 따라가다 지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 앉고 나서는 그 걱정이 무색해졌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단순한 모험극이 아닌, 전쟁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가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상태)를 정면으로 다룬 현대적 이야기로 빚어낸 작품이었습니다.
<목차>
1. 스펙터클: 극장이 아니면 절반도 못 느낍니다
2. 트라우마: 이건 그냥 영웅 귀환 이야기가 아닙니다
3. 캐스팅: 잘 쓴 배우도, 아쉽게 흘러간 배우도
4. 관람 전 알면 더 잘 보이는 것들
1. 스펙터클: 극장이 아니면 절반도 못 느낍니다
영화를 보기 전, 저는 솔직히 "집에서 OTT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요즘 TV도 크고 화질도 확 좋아졌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그 생각을 진짜 깨끗하게 접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아이맥스 70mm(초대형 필름 포맷으로 일반 디지털 상영보다 해상도와 명암비가 월등히 높은 촬영 방식) 포맷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아이맥스 70mm란 필름 한 컷의 크기가 일반 35mm 필름보다 두 배 이상 크기 때문에, 화면의 세밀함과 깊이감이 디지털 방식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특히 오디세우스의 배가 폭풍우 속에서 산산조각 나는 장면은 제가 극장에서 겪어본 것 중에 손에 꼽을 만한 압도감이었습니다. 단순히 화면이 크다는 수준이 아니라, 파도 소리와 배가 뒤틀리는 감각이 온몸으로 밀려드는 정도였습니다.
바다와 폭풍, 거대한 공간이 이 영화의 배경인 만큼, 작은 화면으로 본다면 이야기의 절반쯤은 날아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극장에서 보고 나서 "집에서 봤으면 두고두고 아까웠겠다"는 생각이 바로 든 몇 안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극장 티켓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인데, 이번만큼은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걸 작은 화면으로 봤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라는 생각과 '그래도 매번 이 값을 치를 수는 없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조금 부끄럽지만 상영이 끝나갈 무렵엔 다음 달 카드값을 잠깐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2. 트라우마: 이건 그냥 영웅 귀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오디세우스를 단순히 집으로 돌아가려는 왕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계속 느꼈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불편하게 느낀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뼈저린 깨달음을 얻고도 행동이 바뀌지 않습니다. 처음엔 답답하게 봤는데, 곱씹을수록 그게 트라우마의 실제 모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면서도 못 바꾸는 것, 그게 전쟁이 남긴 상처의 본질이 아닐까요.
실제로 놀란은 이 이야기를 PTSD, 즉 전쟁 트라우마의 서사로 해석합니다. PTSD란 극심한 충격적 사건을 겪은 후 그 기억이 반복적으로 침습하며 일상을 무너뜨리는 심리적 장애를 말합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 작전으로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를 잃었고, 지하세계에서 그들의 망령을 다시 마주합니다. "나는 당신의 거짓말 때문에 죽었소"라는 망령의 대사 한 마디가 그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오디세우스의 내면이 왜 그렇게 굳어버렸는지 조금 더 세밀하게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세 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핵심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간간이 있었습니다. 맷 데이먼은 무난하게 소화해냈지만, 원작 속 오디세우스 특유의 교활하고 장난기 넘치는 면모는 다소 덜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 인물을 보면서 자꾸 제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저도 같은 잘못을 두 번 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멈춘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알면서 왜 또 그랬을까' 하는 부끄러움이 오래 따라다녔습니다. 오디세우스를 답답해하던 마음이 결국 저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는 걸 극장을 나오면서 알게 됐습니다.
3. 캐스팅: 잘 쓴 배우도, 아쉽게 흘러간 배우도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쟁쟁한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다는 점입니다. <오디세이>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엔 배우들을 얼마나 잘 썼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앤 해서웨이의 페넬로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살아 돌아올지조차 불투명한 남편을 기다리며 베틀을 짜는 여성, 그 기다림이 단순한 수동적 역할이 아니라 진짜 매서운 생존 의지로 표현됐습니다. 제가 보면서 "극장을 나와서도 이 장면만 계속 곱씹게 되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전부 해서웨이의 장면들이었습니다.
반면 아쉬운 배우들도 있었습니다. 배우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로버트 패틴슨(안티노오스): 메인 빌런에 가까운 역할이지만, 구혼자 무리 전체가 단순한 악당으로만 묘사됩니다. 그들이 왜 오디세우스를 증오하는지 입체적인 서사가 거의 없어 관객으로써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 톰 홀랜드(텔레마코스): 무기력한 아들의 답답함을 잘 표현했지만, 클라이맥스 전투에서도 활약이 미미합니다. 캐릭터의 성장선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 젠데이아(아테나): 오디세우스의 자아 성찰 장면마다 등장하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신통력을 쓰지 않는 아테나로 해석한 놀란의 연출이 영리하게 느껴졌습니다.
- 루피타 뇽오(헬레네/클리타임네스트라 1인 2역): 등장 시간이 짧음에도 존재감을 남겼습니다. 짧은 장면에서 두 인물을 구분해낸 연기력이 돋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배우진은 훌륭하지만, 일부 캐릭터는 이야기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공간을 받지 못했다는 인상입니다. 가족과 전쟁이라는 핵심 축에 더 집중했다면, 지금보다 더 강렬한 후반부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좋은 배우를 많이 모으는 일과 그 배우를 제대로 쓰는 일은 다른 문제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저도 이름값 보고 기대했다가 정작 화면에서는 몇 마디 못 듣고 나온 경험이 여러 번 있는데, 이번에도 조금은 그랬던 것 같습니다.
4. 관람 전 알면 더 잘 보이는 것들
그리스 신화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 이 영화를 앞두고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 "등장인물이 너무 많지 않을까"일 것 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실제로 보면서도 중간중간 "이 사람은 누구였지?" 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개념 두 가지만 짚겠습니다. 먼저 서사시(epic, 에픽)란 신화적 인물이나 영웅의 방대한 여정을 담은 장편 서술 양식으로, 단순한 이야기 전달보다 민족적·철학적 세계관을 담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디세이아 원작에 대한 기본 정보는 위키백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란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전개하는 방식입니다. 놀란의 전작들에서도 자주 쓰인 기법인데, 사실 호메로스 원작이 먼저 사용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머릿속에 넣고 보면, 시간이 뒤섞이는 전개가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키클롭스, 키르케, 칼립소 같은 이름이 낯설더라도, 브리태니카의 오디세이 항목에서 각 에피소드를 미리 훑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 경험상 사전 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알고 보면 놀란이 어떤 부분을 바꾸고 어떤 부분을 살렸는지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사실 저는 예습이라는 걸 거의 안 하고 극장에 들어가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그랬고, 그래서 놓친 게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모르는 채로 봐도 좋았지만 알고 봤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남는 걸 보면, 다음 놀란 영화 때는 십오 분쯤은 미리 찾아보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디세이>는 완벽한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세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 보니, 감정이 채 쌓이기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합니다. 단순한 영웅 귀환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람이 왜 그 전쟁 안에 갇혀 있는지를 묻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놀란은 이 지친 얼굴 하나를 세 시간 동안 붙잡고서, 돌아왔다고 다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관객에게 되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전혀 모르는 분이라도, 일단 큰 화면 앞에 앉아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누군가의 굳어버린 얼굴을 답답해하기 전에 그 사람이 무엇을 통과해 왔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막상 그 상황이 오면 또 조급해하고 먼저 답답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본 뒤로는 한 박자쯤은 늦게 판단해보려 애써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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