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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퀴즈왕, 부부싸움도 돈 앞에서는 잠시 멈춘다

by 라이언빌 2026. 8. 30.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2010년 9월 개봉한 영화 <퀴즈왕>, 그중에서도 장영남 배우가 연기한 장팔녀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포스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많은 것도 처음 봅니다.

배우들이 저마다 이상한 표정과 포즈를 하고 있는데, 장영남 배우도 그 무리 안에 섞여 있습니다. 진지한 얼굴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오히려 이 영화의 성격을 제일 잘 말해줍니다.

 

전에 리뷰했던 <하모니>에서 원칙만 앞세우던 교도관을 연기했던 장영남 배우가, 이번에는 강변북로에서 남편과 싸우다 사고에 휘말리는 아주머니로 나옵니다.
정말 대놓고 웃기려고 한다는 것 같은데, 아래에서 자세한 내용 확인해보세요!

 

퀴즈왕 (2010.09) 포스터
퀴즈왕 (2010.09) 포스터

 

 

<목차>

1. 등장인물 소개
2. 명장면·명대사 소개
3. 경찰서라는 공간과 장진 감독의 출발점
4. 감상평

 

 

1. 등장인물 소개

 

- 장영남 (장팔녀 역)

장팔녀는 남편 상도와 한밤중 강변북로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중, 하필 그 순간 벌어진 4중 추돌 사고에 휘말리는 인물입니다. 이 영화는 서로 일면식도 없던 여러 무리, 그러니까 벤츠를 탄 도엽과 상길, 우울증 자조모임 회원들, 어색한 부자지간까지가 한 사고 현장에서 뒤엉키며 시작되는 앙상블 코미디인데, 그중에서도 팔녀와 상도 부부는 가장 '생활밀착형'에 코미디를 보여줍니다.

 

뭔지 모를 찝찝함과 우스움이 있는건 이들이 방금 전까지 다투던 사이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133억 원짜리 퀴즈쇼의 마지막 정답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팔녀와 상도는 언제 싸웠냐는 듯 한마음으로 그 돈을 향해 달려듭니다. 장영남 배우는 이 널뛰는 감정선을 과장된 슬랩스틱보다는 생활감 있는 리액션으로 소화합니다. 방금까지 남편에게 쏘아붙이던 말투 그대로, 이번엔 남편과 한편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견제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그 전환이 파안대소를 만들어 냅니다.

 

부부싸움이라는 사적인 감정과 상금이라는 노골적인 욕망이 부딪힐 때, 결국 이기는 쪽은 욕망이라는 사실을 팔녀는 몸으로 보여줍니다. 사람의 웃음을 유발하는 가장 큰 방법은 "숨기고 싶은 무언가를 들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특성을 빌려 감독은 관객들만 그 숨기고 싶은 것을 알도록 만듭니다. 가장 현실적인 부부의 얼굴을 하고 이런 웃음유발 포인트를 보여주니 웃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 류승룡 (김상도 역)

팔녀의 남편으로, 아내와 티격태격하다가도 돈 앞에서는 완벽하게 손발이 맞는 인물입니다. 코믹연기의 달인 류승룡 배우는 그냥 존재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 김수로 (이도엽 역) / 한재석 (박상길 역)

벤츠를 타고 있던 두 사람으로, 사고의 발단이자 이 소동극의 또 다른 축을 이끕니다.

 

- 심은경 (김여나 역)

우울증을 이겨내는 사람들 모임 '우이모' 회원으로, 극 중 가장 예상 밖의 활약을 보여주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당시 아직 어린 배우였는데도 존재감이 확 드러나는 것을 보면, 될 사람은 진짜 처음부터 티가 나는 것 같습니다.

 

2. 명장면·명대사 소개

 

- 강변북로 4중 추돌 사고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무리들이 한 사고 현장에서 뒤엉키는 오프닝입니다. 다투던 팔녀와 상도를 포함해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날한시 같은 사건에 얽히는 이 설정을 바탕으로 영화 전체의 코미디 감정선이 이어져갑니다.

 

 추돌사고라는 특이한 소재로 사람들을 엮으며 웃음을 만들어 갈 생각을 했다는게 새로웠습니다. 

 

- 경찰서에서 벌어지는 대혼란

철가방 배달원 철주 일당까지 가세하며 경찰서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입니다. 팔녀 부부를 포함한 여러 인물들의 캐릭터가 한꺼번에 부딪히며 이 영화 특유의 우스꽝스럽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 정답을 둘러싼 동상이몽

133억 원의 마지막 정답을 알게 된 이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각자의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들입니다. 방금까지 싸우던 부부가 이 순간만큼은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준다는 점이 오히려 더 웃음을 줍니다.

 

3. 경찰서라는 공간과 장진 감독의 출발점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사건 자체보다 경찰서라는 공간이 더 중요해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고는 그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정작 영화가 관심을 두는 건 아무 관계도 없던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억지로 갇혔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가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사고 현장에서는 다들 피해자 얼굴을 하고 있다가, 경찰서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각자의 본색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장진 감독은 과거에 교통사고 목격자 자격으로 경찰서에 갔다가 봤던 풍경을 모티브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감독이 직접 본 장면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고 나면, 이 영화의 그 정신없는 리듬이 그냥 지어낸 소란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가장 재밌는 건 현실입니다. 모든 코미디가 사실은 현실 기반이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컨셉이 나오는 것이고 또 그것이 가장 원초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장진 감독은 연극 무대에서 출발해 <기막힌 사내들>로 영화 연출을 시작했고, 이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을 내놓으며 특유의 속사포 대사와 다인물 화법을 다져온 감독입니다. <퀴즈왕>은 2010년 9월 16일 추석 시즌에 개봉해 전국 58만여 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4. 감상평

 

<퀴즈왕>은 장진 감독 특유의 다인물 군상극 화법이 잘 드러나는 코미디입니다. 서로 무관했던 사람들이 우연히 한 사건에 얽히고, 133억 원이라는 비현실적인 액수 앞에서 저마다의 민낯을 드러낸다는 설정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을 향한 유쾌한 관찰기에 가깝습니다.

 

팔녀와 상도 부부가 이 영화에서 특히 재미있는 이유는, 이들이 가장 사소하고 현실적인 갈등인 부부싸움에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거대한 욕망 앞에서는 사소한 감정싸움 따위 잠시 접어두고 손을 잡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은근히 공감할 만한 인간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한 반전이나 교훈을 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 왁자지껄함 속에서 장영남 배우는 가장 생활감 있는 웃음을 책임지는 배우로 제 몫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사람을 비웃으려고 만든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돈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그렇게 잔뜩 보여주면서도, 정작 누구 하나 진짜 나쁜 사람으로 그리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감독은 사람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걸 그냥 웃으면서 인정하자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저도 이해관계 앞에서 태도가 슬쩍 달라졌던 적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계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보면 팔녀 부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매번 의연할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최소한 스스로에게는 솔직해지는 사람이 되야겠다라고 다짐해보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그냥 웃고 싶다하시는 분들에게 꼭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