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2020년 2월에 개봉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그중에서도 진경 배우가 연기한 영선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돈 앞에서 아무도 믿지마"
역시 사람의 본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건 돈이 걸린 문제 일때죠.
포스터 상 전도연 배우의 서늘한 눈빛과 정우성 배우의 다급한 표정이 나란히 놓여 있어서 그 대비가 눈길을 끕니다.
그리고 한 쪽에는 불안해보이는 진경 배우의 모습이 보이네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아래에서 같이 확인해보세요!

<목차>
1. 등장인물 소개
2. 명장면·명대사 소개
3. 하필 그 해 2월, 그리고 로테르담이 먼저 알아본 영화
4. 감상평
1. 등장인물 소개
- 배우 진경(영선 역)
영선은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일하는 청소부입니다. 남편 중만의 아르바이트 월급만으로는 딸의 학비도, 시어머니 순자의 병원비도 감당하기 벅찬 살림을 혼자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 속 다른 인물들 사채에 쫓기는 태영, 거짓말로 살아가는 연희,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려 살인을 공모하는 미란이 모두 돈가방을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뻗는 것과 달리, 영선은 시종일관 그 욕망의 소용돌이 바깥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다리를 다치고도 다시 청소 일에 복귀할 만큼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 집중할 뿐입니다. 어찌보면 가장 선하고 일반적인 국민의 부류인 것이죠.
그런데 바로 그 성실함이, 영화 후반부 그녀를 돈가방과 마주하게 만듭니다. 다른 '짐승들'이 서로를 속이고 해치며 파국으로 치닫는 사이, 정작 욕심내지 않았던 영선이 화장실 청소를 하다 우연히 그 돈이 든 라커 열쇠를 줍게 되는 것이죠. 진경 배우는 이 인물을 화려하지 않은 생활 연기로 보여줍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억울함을 과장하지 않고, 그저 지친 얼굴로 걸레질을 하는 모습만으로도 관객은 그녀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느끼게 만듭니다. 앞서 소개한 <발신제한>의 반영희가 냉철한 판단력으로, <소년들>의 윤미숙이 뒤늦은 속죄로 존재감을 남겼다면, 영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오직 버티는 것만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물로 남는 것입니다.
참고로 진경 배우와 남편 중만 역의 배성우는 2010년 연극 <클로저> 이후 10년 만에 다시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두 사람 사이의 생활감 있는 케미가 유독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꼭 보상받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저는 영선이 결국 돈가방을 줍는 그 순간이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더 컸습니다. 저렇게 선한 캐릭터는 분명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나쁜 결말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배우 전도연(최연희 역)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미스터리의 중심에 있습니다.
거짓말로 쌓아 올린 삶도 결국 본인 몫의 책임이 따라옵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게 됩니다.
- 배우 정우성(강태영 역)
세관 공무원으로, 사라진 애인 연희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인생 역전을 꿈꿉니다.
어쩌면 태영은 처음부터 크게 욕심낸 적이 없었는데, 잃을 게 없어진 순간부터 오히려 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명장면·명대사 소개
- 로커룸에서 돈가방을 발견하는 중만
사우나 야간 알바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중만이 우연히 거액의 현금 가방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지기로 결심하는 도입부 장면입니다. 이 선택 하나가 영화 전체를 가로지르는 도미노의 첫 조각이 됩니다.
'나였어도 저 상황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큰 금액은 건드리면 안되는 건데라는 불안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 "큰돈 들어왔을 땐 아무도 믿음 안돼, 그게 네 부모라도"
극 중 인물들의 관계와 신뢰가 돈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압축한 대사로, 이 영화가 그리는 인간 군상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돈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이렇게 현실적인 거구나를 느꼈습니다. 특히 부모까지 언급하는 이 대사는 그 면모를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사였던것 같습니다.
- 화장실 옆 칸에서 라커 열쇠를 줍는 영선
연희가 살해당한 화장실에서 대걸레질을 하던 영선이 바닥에 떨어진 라커 열쇠를 발견하는 장면입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쫓던 돈가방이, 정작 욕심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던 사람의 손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오는 이 장면이야말로 영화 제목 '지푸라기'의 의미를 가장 잘 완성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서로를 해치면서까지 쫓던 것이, 정작 아무 것도 바라지 않은 사람의 발밑에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허무하면서도 묘하게 통쾌했습니다.
3. 하필 그 해 2월, 그리고 로테르담이 먼저 알아본 영화
이 영화는 원래 2020년 2월 12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9일로 한 차례 연기됐습니다. 그런데 미뤘던 그 일주일 사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결국 가장 나쁜 시점에 극장에 걸리게 됐습니다. 김용훈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자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여섯 개의 막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범죄극이 이렇게 하필 그 해 2월과 만난 것이죠.
그런데 국내 흥행과는 별개로, 이 작품은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타이거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국내 극장에서는 시기를 잘못 만난 영화였지만, 해외에서는 오히려 그 촘촘한 구성과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를 먼저 알아본 셈입니다.
인생은 타이밍. 이 작품을 보면 그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잘 만든 영화도 때를 잘못 만나면 묻힐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그럼에도 로테르담에서 먼저 이 영화의 가치를 알아봐 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4. 감상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제목 그대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서로를 물어뜯는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욕망에 잠식된 인물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이 서로를 파괴하는 과정을 냉정하게 지켜보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폐허의 끝에서, 정작 지푸라기를 움켜쥐는 사람은 가장 치열하게 싸운 사람이 아니라 묵묵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이 영화의 진짜 아이러니입니다.
영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쟁취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다치고 지친 몸으로 하루의 노동을 반복했을 뿐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우연히 굴러들어온 돈가방은 정의로운 보상이라기보다, 삶이라는 게 때로는 발버둥과 무관하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해학적인 풍자였던 것 같습니다. 진경 배우는 이 아이러니를 과장 없는 얼굴로 연기해내며, 화려한 캐스팅 사이에서도 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을 조용히 잡아주는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열심히 사는 것과 잘 사는 것이 항상 같은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을 오래 했습니다. 그래도 영선처럼 묵묵히 버티는 사람이 결국 마지막에 웃을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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