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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이별도 함께 놀다 보면 견딜 만해진다

by 라이언빌 2026. 8. 6.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그냥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여름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막상 보고 나면 그 밝은 색감 뒤에 이렇게 먹먹한 이별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아이들은 즐겁다(2021.5.) 포스터
아이들은 즐겁다(2021.5.) 포스터

 

<목차>

1. 영화 소개와 등장인물
2. 이상희가 연기한 다이 엄마라는 인물
3. 명장면, 명대사 소개
4. 감상평

 

1. 영화 소개와 등장인물

 

 2021년 5월 5일 개봉한 이지원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입니다. 네이버에서 9.95의 평점을 받은 허5파6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입니다. 원작이 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데 비해, 영화는 지금 우리 곁의 아이들 이야기로 시대를 옮겨 왔습니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아홉 살 다이는 새 친구들을 만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냅니다. 그런데 몸이 아파 병원에 있던 엄마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 다이는 친구들과 함께, 어른들 몰래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향하는 여행을 떠납니다.

 

- 배우 이경훈(다이 역)

 병원에 있는 엄마와 늘 바쁜 아빠 사이에서, 새로 전학 간 학교의 친구들 덕분에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아홉 살 아이입니다. 엄마와의 이별이 다가오는 것을 자기 방식대로 알아채고 받아들이는 인물입니다.

 

- 배우 박예찬(민호 역), 홍정민(유진 역), 박시완(재경 역), 옥예린(시아 역)

 넷 모두 다이와 함께 몰래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입니다. 각자 다른 성격과 가정 형편을 지녔지만, 다이의 사정을 알고 나서는 망설임 없이 곁을 지켜줍니다.

 

- 배우 윤경호(다이 아빠 역), 공민정(선생님 역)

 윤경호는 서툴고 무뚝뚝하지만 다이와 조금씩 가까워지며 부모의 역할을 배워가는 아빠를 연기했습니다. 공민정은 다이의 담임 선생님을 맡았습니다.

 

- 배우 이상희(다이 엄마 역)

 다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이별을 받아들이려 애쓰는 엄마입니다. 영화 속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이 영화가 그리는 이별의 무게 전체를 짊어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인물만 쭉 봐도 이 영화가 마냥 밝기만 한 성장물이 아니란 게 느껴지실 것 입니다. 저도 소개 정보만 읽었을 땐 그냥 유쾌한 아이들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다이 엄마라는 존재를 알고 나니 완전히 다른 마음으로 보게 됐습니다.

 

2. 이상희가 연기한 다이 엄마라는 인물

 이 영화의 중심은 다이와 친구들의 여행입니다. 다이 엄마는 상영시간 내내 병상에 누워 있고 등장 분량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인물이 영화 전체의 정서를 떠받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의 세계가 밝고 따뜻하게 그려질수록, 그 세계 바깥에서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이 인물의 존재가 오히려 더 선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상희 배우는 이 캐릭터를 과장된 신파로 그리지 않습니다. 아파서 힘든 얼굴이라기보다, 남겨질 아이를 향한 걱정과 이별을 받아들이려는 체념이 동시에 담긴 얼굴에 가깝습니다. 큰 대사도, 눈물을 강조하는 장면도 많지 않은데, 짧게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만으로 이 인물이 어떤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가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전에 리뷰했던 <로기완>의 선주가 흔들리는 얼굴로, <정말 먼 곳>의 은영이 확신 없는 걸음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면, 다이 엄마는 정반대로 담담한 얼굴로 다가옵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먹먹하고 가슴을 울리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분량은 적어도 존재감이 큰 캐릭터를 볼 때마다, 배우의 진짜 내공이 오히려 이런 짧은 순간에서 드러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상희 배우의 필모를 하나씩 따라가는 재미가 여기서도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3. 명장면, 명대사 소개

 

 이 부분에는 후반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행복해야 돼

 다이 엄마가 다이에게 남기는 인사로 추정되는 말입니다. "행복해야 돼"라는 짧은 한마디에는 자신이 함께하지 못할 앞으로의 시간까지 미리 축복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특별한 이유가 슬픔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다이에게 자신을 잊지 말라거나 슬퍼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행복하라고 말합니다. 남은 사람에게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이 마지막 배려가, 짧은 대사 안에 이 인물의 성정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이 대사 하나에 울컥했던 분들, 저 말고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 고마워, 엄마 잘 보살펴 줘서

 다이 아빠가 아이들에게 건네는 인사입니다. 몰래 떠난 여행이었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을 혼내는 대신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엄마를 만나러 가겠다고 나선 그 마음을 어른들도 결국 알아본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이 영화가 어른과 아이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를 어른이 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나름의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하나의 완결된 세계로 존중해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을 어설프게만 보는 시선을 저도 은근히 갖고 있었던 건 아닌가 살짝 반성하게 됐습니다.

 

- 엄마의 부재 이후, 다시 만나는 친구들

 다이는 결국 엄마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채 병원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상실 이후에도 다이가 다시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슬픔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 결말이 이 영화의 제목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상실을 겪고도 여전히 아이들입니다. 슬픔을 통과하는 방식이 어른과 다를 뿐, 다이는 친구들과 함께 다시 웃을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갑니다. 다이 엄마가 남긴 "행복해야 돼"라는 말이 이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이루어지는 셈이고, 그래서 이 영화는 슬픈 영화가 아니라 결국 다정한 영화로 마음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4. 감상평

 저는 이 영화가 실제 벌어지는 일처럼 보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를 아역 배우들에게 미리 주지 않고, 촬영 몇 달 전부터 비슷한 감정을 실제로 체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이와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나 장난이 대본이 아니라 그 순간 실제로 벌어지는 일처럼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그 생생함 한가운데 다이 엄마라는, 스크린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있다는 게 저는 이 영화의 숨은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분량이 짧은 인물에게 영화 전체의 정서적 무게를 맡기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이상희는 많지 않은 순간들만으로 그 몫을 해냅니다. 아이들의 밝은 세계와 병상의 조용한 세계, 이 두 공간의 온도가 부딪히지 않고 나란히 놓일 수 있었던 건 이상희 배우가 연기한 다이의 엄마가 자기 몫의 슬픔을 소리 없이 짊어졌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죽음을 다루는 영화인데도 이 영화는 무겁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천진함과 의젓함이 슬픔을 상쇄하는 게 아니라, 슬픔과 나란히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아이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면, 혹은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준비해 본 적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건네는 위로가 유독 크게 다가올 것 입니다. 저도 보는 내내 제 곁의 사람들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108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큰 소리로 울리지 않고도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영화를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이 작품을 권해 드립니다. 이별도 결국 함께 놀다 보면 견딜 만해진다는 걸,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