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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총알 탄 사나이 (리암 니슨, 슬랩스틱, 패러디)

by 라이언빌 2026. 9. 1.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2025년 여름 개봉한 영화 <총알 탄 사나이>, 리암 니슨의 예상 밖 코미디 도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배우가 웃기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덜 웃긴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2025년 여름 극장가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리암 니슨이라는 이름을 듣고 누가 코미디를 떠올리겠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85분이 끝난 뒤, 최근 몇 년 사이 극장에서 이렇게 빵 터지며 웃은 적이 있었던가 싶었습니다.

 

총알탄 사나이(2025. 8.) 포스터
총알탄 사나이(2025. 8.) 포스터

 

 

<목차>

1. 리암 니슨, 왜 이 역할인가

2. 슬랩스틱의 밀도, 화면 속에 숨은 농담들

3. 2025년 극장가에서 이 영화가 갖는 의미

 

포스터 속 리암 니슨의 진지한 표정만 봐도 왠지 웃음이 날 것 같더라고요. 이 근엄한 배우가 어떻게 코미디에 뛰어들었는지, 아래에서 같이 확인해보세요!

 

1. 리암 니슨, 왜 이 역할인가

제가 처음 캐스팅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리암 니슨은 '테이큰' 시리즈 이후 근엄한 액션 히어로의 상징처럼 굳어진 배우입니다. 그 이전엔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무게감 있는 정통 드라마 배우였고요. 그런데 그 무게감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핵심은 연기자가 스스로 웃기려 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1980년대 원작에서 레슬리 닐슨이 그랬던 것처럼, 본인은 지극히 진지한 얼굴로 완전히 터무니없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리암 니슨은 그 무표정함을 소름돋게 타고났습니다. 상대방의 팔을 뽑아 쌍절곤처럼 휘두르는 장면에서도, 칠리 도그를 먹고 화장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도, 단 한 번도 "저 지금 웃기고 있어요"라는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본격 액션 시퀀스에 들어서면 카메라가 리암 니슨을 실제로 멋있게 찍어버립니다. 그 순간 코미디와 액션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웃음의 긴장감이 살짝 풀립니다. 패러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진지함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액션 자체가 진짜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 비틀림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그래도 팔이 뽑히거나,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악당들처럼 과장된 설정이 바로 뒤따라오면서 분위기를 다시 잡아줍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와, 조금만 더 힘을 뺐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2. 슬랩스틱의 밀도, 화면 속에 숨은 농담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화면 전면의 큰 개그보다 배경에 흘러가는 작은 것들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비주얼 개그를 화면 곳곳에 빵빵하게 숨겨 놓습니다. 간판, 가짜 기업 로고, 엉뚱한 슬로건, 그리고 프랭크 드레빈 주니어가 매번 다른 크기와 방식으로 건네받는 커피잔까지.

 

제가 직접 극장에서 한 번 봐서는 다 담아낼 수 없다고 느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사에 집중하다 보면 배경을 놓치고, 배경을 보다 보면 대사를 흘려듣습니다. 특히 마지막 MMA 결투 장소 명칭으로 등장하는, '크립토닷컴 아레나'를 패러디한 이름은 한 박자 늦게 인식하는 바람에 뒤늦게 혼자 빵 터졌습니다.

 

제가 보기엔 연출이 진지해 보일수록 화면 속 상황이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노려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밀도를 만들어낸 사람이 감독 아키바 쉐퍼입니다. '더 론리 아일랜드' 출신으로, '팝스타: 네버 스탑 네버 스토핑'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선보였던 감독입니다. 원작 시리즈를 만든 ZAZ(주커-에이브러햄-주커) 콤비가 즐겨 쓰던 납작하고 과도하게 조명된 TV식 화면 대신, 쉐퍼는 카메라를 인물 주위로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말장난도 빠짐없이 채워져 있습니다. "담배?" "네, 그렇죠"처럼 아무 맥락 없이 지나가는 워드플레이가 연속으로 쌓입니다. 어떤 건 바로 웃기고, 어떤 건 한 박자 뒤에 깨달아서 웃기고, 어떤 건 그냥 지나쳤다가 나중에 불현듯 생각나서 웃기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의 코미디는 극장에서 혼자 볼 때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함께할 때 배로 재미있습니다. 옆 사람이 웃는 소리가 들리면 놓쳤던 장면을 다시 되새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웃게 됩니다. 저도 극장에서 옆자리 관객이 먼저 터뜨린 웃음소리에 뒤늦게 장면을 이해하고 따라 웃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함께 보는 코미디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3. 2025년 극장가에서 이 영화가 갖는 의미

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이런 장르가 지금 시대에 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1988년 원작 TV 시리즈 '폴리스 스쿼드!'에서 시작해 세 편의 극장판으로 이어졌던 시리즈를 37년 만에 리부트한다는 기획 자체가 낯설었고, 이런 구식 코미디 방식이 지금 관객에게 먹힐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극장에서 앉아있는 85분 동안 계속 웃었습니다. 이것 자체가 이미 꽤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봅니다. 박스오피스 모조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스튜디오급 예산을 가진 순수 코미디 영화의 개봉 편수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마블 영화 속 유머나 로맨틱 코미디의 웃음 장치는 넘쳐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웃기는 것 하나에만 집중하는 영화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완벽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2004년 슈퍼볼이나 블랙 아이드 피스 구성원 같은 레퍼런스는 2025년 관객에게 얼마나 닿을지 의문이었고, 몇몇 농담은 지금 시각에서 보면 오래된 냄새가 납니다. 폴 월터 하우저가 연기한 에드 호켄 주니어도 프랭크의 조연 역할에 머물러 있어 그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됐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폴 월터 하우저의 코미디 감각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부분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의 활약을 조금 더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의미 있게 느껴지는 이유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웃기는 것 하나에만 집중하는 스튜디오 코미디가 2025년 극장가에서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이 장르 자체를 되살렸다는 점
  2. 슬랩스틱과 워드플레이, 비주얼 개그를 한 화면 안에 촘촘하게 쌓아서 한 번으로는 다 소화할 수 없는 밀도를 만들어냈다는 점
  3. 파멜라 앤더슨이 몇몇 장면에서 완벽하게 박자를 맞춘 스캣 개그로 인상을 남기며, '더 라스트 쇼걸' 이후 이어지는 전면 복귀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했다는 점

아키바 쉐퍼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잘한 일은 유치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것입니다. P.L.O.T. 디바이스라는 이름의 장치가 실제 극의 핵심 맥거핀으로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이 수준의 뻔뻔함을 진지하게 만들어 극장에 가져오는 것, 그 자체가 지금 시대에는 오히려 드문 일 입니다.

 

결국 《총알 탄 사나이》는 코미디 역사를 새로 쓰는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날, 85분 동안 완전히 그 목적에만 충실한 영화가 극장에 걸려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소중한 일이라는 걸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새삼 깨달았습니다. 한 번 보고 모든 장면을 기억하기는 어려우니, 배경 구석까지 천천히 살펴보면서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조만간 한 번 더 극장을 찾아, 놓쳤던 농담들을 하나씩 더 주워 담아볼 생각입니다.